SNUAC NEWS

본 학술행사가 있던 날이, 6월 18일이었다. 그날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토론자가 “오늘 아침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6월 13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 요구가 20만 명을 돌파한 날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도착한 날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오랫동안 난민 인권과 난민 보호를 위해 활동해온 사람들에게는 단 5일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러한 청원운동이 충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본 사안에 대해 청원이 종료된 7월 13일 청원자는 714,875명으로 놀라운 숫자를 기록하며 마감되었고,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는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여론’으로 들끓었다. 7월 14일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예멘 난민수용반대, 무사증·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며 2차 집회를 했고, 이날 ‘난민 반대’에 대한 반대 집회도 열렸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민낯, 극과 극의 대립, 거짓과 진실의 공방, 극단주의의 과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포럼에 참석한 많은 청중들

우리나라 난민신청자 수는 2010년에 423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7년에는 9,942명으로 불과 7년 사이에 24배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난민’이라는 이번 학술포럼의 대주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한국에 있는 세계인들에 대해서 한국인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철저하게 ‘냉전적 사고’에 종속되어 있었다. 그 냉전적 사고를 깨려고 한 사람들조차 그것이 주류화된 사회를 아직 살아보지 못했다. 냉전적 사고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배제의 원리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여 철저히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과 다른 방법이 틀렸다고 하는 냉전적 사고가 오랫동안 통치이념이었던 곳이 한국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와 대화하는 법, 고통을 함께하는 법,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법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급기야는 인간적 가치마저도 소홀히 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런 한국사회에서 이제 막 ‘촛불의 힘’으로 냉전적 사고를 깨려 한 흐름이 확산되려고 하는 계기에서 난민 이슈는 냉전적 사고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난민 이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무부, 유엔난민기구와 ‘세계 난민의 날’ 기념 학술포럼을 진행했다. 2017년 대주제는 “글로벌 시대, 난민인권·국익·세계평화”였다. 이 주제는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난민’이라는 2018년 대주제에 대한 답변과도 같았다고 생각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고, 그것이 모든 한국 국민의 이익 즉,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선상에서 보았을 때 국가 간 전쟁과 내란, 정치적 억압 속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난민에 대한 보호와 그들에 대한 인권존중은 글로벌 시대 한국정부와 한국 국민이 선택해야 할 가치이다. 그래야 한반도의 평화와 모든 한국 국민의 인권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가 가능하다면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본 학술포럼에서 각론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각론의 의미가 지금 이 순간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것은 이러한 총론에 대해서 한국사회는 아직 합의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탈냉전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과정이며,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주류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한국 정부는 세계가 기대하는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국내 정치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에서 좀 더 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우선, 본 학술포럼의 핵심 주제인 ‘난민심사관 전문성과 난민심사 인프라’ 강화를 위해서 제기된 대안적 제도에 대해 신속하게 법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난민심사관의 양적확보, 난민심사관 전문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 강화방안, 특히 제1차 난민심사 내실화를 위한 국가정황정보(COI, Country of Origin Information) 지원시스템 구축 등이다. 또한 난민 이슈에 대한 대국민적 설득과 교육도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대국민을 설득하면서 국제개발협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것처럼, 난민 이슈에 대해서는 대국민 설득과 교육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난민 문제 통합적 이민정책 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이슈이다. 글로벌 시대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이주자가 존재하며, 그들과 함께 다문화적 공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 정부는 필요한 국제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남방정책도 단순히 양적인 무역확대에 머물러 있는 정책이 아니라 진정한 문화 및 인적교류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많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 좋은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냉전사회에서 탈냉전사회로의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의 성공여부는 세계시민의 다양성 수용능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실천은 교육을 통한 인식의 변화이다. 진부한 내용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하고 꼭 우리가 실현해야 할 목표이다.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시아연구소의 측면에서 보면, ‘아시아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이다.

 

글 | 최경희(동남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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