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Tin Maung Maung Than 박사가 ‘미얀마의 정치발전: 소극적 민족주의에서 연방주의로의 변환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아시아연구소를 찾았다. ‘다양성(diversity)’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국가 미얀마의 정치발전에 관한 토크를 듣기에 앞서, 난민 이슈부터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진 미얀마의 통합에 관한 견해까지. 현재 싱가포르의 ISEAS—Yusof Ishak Institute에서 수석 연구원과 미얀마의 Centre for Economic and Social Development에서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Tin 박사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박유빈 에디터(이하 박): 미얀마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민족 집단만 135개, 언어를 추가하자면 최대 200여개의 민족집단을 인정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아시아연구소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시아의 ‘다양성(diversity)’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얀마 또한 다양한 결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문화·정치·경제·종교 등이 있을텐데요. 그 중에서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미얀마의 다양성의 뿌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Dr. Tin Maung Maung Tan(이하 Dr. Tin): 한국과 같이 미얀마도 역사적인 뿌리가 깊습니다. 역사적 뿌리가 깊은만큼 다양성의 맥락 자체가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되돌아 보면, 과거에는 ‘국경선(borders)’이 없었습니다. 단지 ‘변방(frontier)’만 존재할 뿐이었죠. 그러다가 국경이 생기고 여권이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근대 국가가 설립되면서 국적과 시민권이 생기면서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과거에는 별 탈 없던 정체성, 언어, 종교와 관련된 모든 현상들이 ‘시민권(citizenship)’의 개념으로 합쳐지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당신이 이 국가의 시민이라면 권한이 있고 시민이 아니라면 권한이 없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박: 그렇다면 ‘다양성’을 해석하는 주체에 따라 그 해석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군요?

Dr. Tin: 물론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가 통치 및 행정적인 차원-즉, 실제로 지리학적인 기준으로 나뉘어진 구획 등-에서 다양성을 해석하지만 사람들은 지리학적인 차원이 아닌 공동체의 개념에서 스스로를 자각하기 때문에 그 기준이 다를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비단 다양성을 논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지리학(geography)’이라는 용어보다는 ‘생태학(ecology)’이라는 용어 사용을 선호합니다.

 

박: 결국 국가가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요.

Dr. Tin: 국가가 다양성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통합(unification)을 통하여 다양성을 관리하려고 한 결과인 셈인데요. 미얀마의 경우, 다수민족인 버마족의 문화, 언어, 관습에 동화되라는 의미가 아니었음에도 다른 소수민족들은 지배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또 다른 종류의 갈등이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미얀마는 통합을 통해 단일민족 국가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박: 결국 다수민족이 지배하고자 할 때 소수민족들은 불편해 하면서, 미얀마 정부가 다양성을 관리하고자 했던 초기 목적 달성은 실패한 것 같은데요. 소수민족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로힝야(Rohingya)족 이슈를 해결하는 시각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hrough Human Security’, ‘Through Embracing Diversity’. 이 중 후자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최근 한국에서도 예멘 난민 50여 명이 제주로 유입되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다양성’의 대한 사고는 확산되고 있지만, 행동이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상황입니다. ‘Embracing Diversity’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학계 특히 아시아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취해야 할 action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요?

Dr. Tin: 학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중과 정부를 ‘교육’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내집단 및 외집단에 대한 심층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실질적인 가치 체계이기 때문에 이들의 가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난민 이슈에 대해 언급하자면, 난민은 의미상 ‘자신의 나라 밖에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예멘은 아주 먼 나라이고 미디에서만 접하던 국가이기 때문에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여기에 이슬람’이라는 이슈가 가져오는 이질감이 더해집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이슬람의 사회적인 측면과 종교적인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은 복합적인 종교이며 사회적인 이슈들을 포함하는 동시에 발생시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난민들에 대한 수용 여부와 관계 없이 이들이 당해 온 박해, 폭력, 전쟁 등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왜 한국으로 왔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망명 신청자들은 고국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제3국에 남고 싶어할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과 같은 난민수용국가들의 딜레마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부터 시작됩니다.

 

박: 그렇다면 난민들이 한국을 비롯한 제3국으로 가도록 하는 요인이 있을 것 같은데요.

Dr. Tin: 물론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같은 난민수용국가들에서는 난민들을 부르는 이른바 ‘추진요인(push factor)’에 대한 연구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학계’의 역할입니다.

정부는 추후에는 5천명, 5만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는 난민에 대해 불확실한 미래를 전제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난민들이 어떻게, 왜 한국으로 왔는지 추진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제3국에서는 적응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동일한 난민에 대한 지식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학계의 또 다른 필수 역할일 것입니다.

 

박: 사실 난민 문제라는 것이 이민이라는 행위에서 과격하게 파생된 사회 문제라고도 생각할 수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비단 난민 문제가 난민이 유입되어 실제적으로 그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는 전 지구적 사회 문제로 확산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 그렇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고요.

Dr. Tin: 그래서 난민 문제는 지난한 연구대상이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기존의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의 갈등 문제가 확장되는 형식이 될 것이고, 그를 통해 파생되는 다양성이라는 것은 결코 풀기 쉽지 않은 문제일 것입니다.

난민 문제를 조금 더 확장된 시각에서 생각해 보면, 굳이 물리적 이동이나 유입이 없을지라도 미얀마의 경우 너무나 많은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점에서 이미 한 국가 내에서의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는 디폴트 상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방주의(federalism)’가 그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박: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으로 현재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Dr. Tin: 소위 미국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적 민주주의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 미얀마 의회에서 군사 대표가 아직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인 요인들이 아직 존재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러한 부분들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군사는 평화와 안정성을 획득하면 의회대표 수를 점진적으로 줄일 거라고 하지만 평화와 안정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따라서 제 생각에는 평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소위 말하는 ‘자유화(liberalization)’가 될 것이지만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와는 다를 것이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영역에서 즉, 그것이 학계이든 아니든 여러 대안과 방향성에 대해 자발적으로 민감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얀마 사회에 대해 들려오는 국제사회에 목소리에도 말이죠.

현재 국제사회에서 로힝야족 이슈를 비롯해 미얀마라는 국가를 향해 던지는 다양한 소리들이 있다. 그 속에는 합치된 일련의 여론이 있을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제외되는 이견 또한 존재할 것이다. 띤 박사와의 인터뷰 말미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대안과 방향성에 대해 자발적으로 민감해져 있는 상태’야 말로 그야말로 다양한 차원을 넘어선 복잡계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학계에서 연구자들이 지향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터뷰 진행 | 박유빈(영문 에디터), 글 | 김예인(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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