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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중국이 정식으로 인터넷 시스템에 편입된 이래 인터넷 토론 공간은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발전해 오면서, 인터넷은 일반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을 살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강행은 북한에 대한 중국 내부의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국 ‘사회주의 형제국’이라는 관점이 약해지면서 ‘북한포기론’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공식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북한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견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오늘날 중국에서 인터넷 공간이 공적 관심사에 대한 토론과 여론형성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토론공간을 통해서 중국의 공식적이고 공개된 반응 이면에 존재하는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비공식적이고, 내부적이며, 훨씬 넓고 깊은 중국 각계각층의 고려를 살펴볼 수 있다. 북한 및 북핵 문제는 중국의 인터넷 토론공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이며, 대표적 인터넷 토론 공간인 텐야(Tianya, tianya.cn), 몹(MOP, mop.com), 우요우즈샹(Wuyouzhixiang, wyzxwk.com)에서 나타난 관련 토론은 북한에 대한 중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각들을 잘 보여준다.

텐야(Tianya)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터넷 토론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에 창립된 텐야는 사회문제에 관한 논쟁이나 인터넷 문학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고학력 및 중산층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콘텐츠 생산 및 의견의 교류를 주도해왔다. 북한과 관련된 게시물들은 이 인터넷 사이트의 ‘국제관찰’란에 주로 올라와 있다. 게시물들의 다수가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현실주의적 접근의 양상을 보여주며, 중미관계나 동아시아 지역현안 등에 대한 상당한 심도와 전문성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즉, 북핵 문제를 감정적 또는 공식적 접근을 넘어 북한의 내부상황 또는 한반도 문제의 틀에서 살펴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의 동북아 전략이라는 각도에서 검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토론공간에서 북한에 대한 논의가 대중들의 감정적 반응 이외에도 우리의 상식적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식견, 전략적 판단 등을 두루 포괄하는 높은 수준에까지 확장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폐쇄적인 중국의 언론환경에서 이러한 ‘대담한’ 논의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는 토론 참여자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매체의 속성을 활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공식적 논의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정보의 통제 및 정치적 금기나 외교적 고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몹(MOP)은 현재 1.3억의 등록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중국어권 최대 규모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포털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중국 인터넷의 최신 유행을 주도하는 사이트답게 평균 연령 18세에서 32세 사이의 사용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젊은 중국인들의 북한과 북핵 문제에 관한 태도를 파악하기에 적합하다.  몹에서의 토론은 북한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 특유의 흥미 중심적이고 탈이념적 접근태도를 보여주며, 대체로 부정적인 북한관을 드러낸다. 북한의 폐쇄적 인터넷 환경, 탈북자를 통한 마약 확산, 국제 거래에 있어서의 신용 결여 등 젊은 층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상에 호소하는 게시물들을 통해, 북한의 낙후성과 소통 불가능성 등 부정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북한을 흥미롭긴 하지만 정치적 폐쇄성과 경제적 낙후성 등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기괴한 이국의 이미지로 상상한다. 다른 한 편에서 일부 이용자들의 북한에 대한 직접 체험을 통해 북한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함으로써 편향된 북한인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동시에 발견된다. 북한 여행 경험 공유 게시물은 북한의 내부사정을 어떤 외부 미디어보다도 자세히 그리고 거의 실시간으로 소개함으로써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중립화 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몹의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마오주의 좌파를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우요우즈샹(Wuyouzhixiang)의 북한에 대한 논의는 북한을 중국이 잃어버린 사회주의적 과거를 투영하여 이상화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우요우즈샹에 나타나는 많은 게시물들은 북한을 개혁개방을 통해 정통 사회주의 노선에서 벗어난 중국과 달리 사회주의 체제의 정통성과 역사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유지되는 북한의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분배 등의 사회주의 복지 시스템은 현재 중국을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우요우즈상의 북한에 관련된 계시물 가운데는 한국전쟁 당시의 혈맹관계 및 마오시대까지 중국과 북산 사이의 역사적 우의를 강조하는 내용도 빈번히 등장한다.

이렇게 중국 인터넷 토론 공간에서 나타나는 북한 및 북핵에 관한 논의는 중국 당국이나 공식언론의 공개된 것, 공식적인 것의 이면에 존재하는 비공식적이고 잠재적인 입장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글 | 이정훈(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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