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시아 시대를 맞이하면서 ‘아시아 연구’를 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박수진 교수(지리학과)를 제5대 신임 소장으로 맞이하였다. 아시아연구소 소장실에서 만난 신임 소장 박수진 교수는 지리학도로서 아시아의 전통적인 환경관과 지리사상 더 나아가 공간사상으로서의 풍수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먼저, 아시아연구소 소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취임 5일째인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한 마디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초기 아시아연구소의 설립 목적과 취지를 생각하면 응당 느껴야 할 책임감이겠지요. 8년 전, 아시아 시대를 맞이하면서 말 그대로 ‘아시아 연구’를 하는 곳이 필요하다는 일념 하나로 시작된 아시아연구소를 생각할 때 지금 제 어깨가 무거운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본질적으로 하나의 연구기관이 겪는 발달 단계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초기에는 설립 자체의 의미가 중요한 것 같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확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확장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제 역할은 안정기를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취지에 맞는 명확한 연구주제, 우수한 연구자들, 새로운 지식 생산. 이를 위한 틀들을 다시 한번 다져나가는 것이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의무감을 긍정적 방향으로 승화시켜 해나가야 할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립 때부터 아시아연구소와 함께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앞서 말씀하신 아시아연구소의 설립 당시 취지에 대해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시아연구소의 경우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 내에 인문사회계열에 98개의 개별 연구소가 있고, 전체 연구단위로는 48개의 연구소가 있습니다. 그중 아시아연구소는 아주 구체적인 목적으로 설립된 몇 안 되는 연구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설립 과정에서부터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의 선생님들을 비롯해서 많은 분의 노고가 있었기에 이렇게 독립적인 공간을 갖고 출발하게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운 것도 당연하겠지요.

2009년에 출범한 아시아연구소는 초대/제2대 소장인 임현진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제3/4대 소장 강명구 교수(언론정보학과)를 거쳐 박수진 소장을 맞이하였다. 초대 아시아연구소는 ‘서구 중심의 지식 생산 체계를 타파하자’는 기조 아래 아시아 연구의 자립화, 토착화, 그리고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했다. 그 맥락을 이어서 제3/4대 소장을 역임한 강명구 교수 역시 지식 생산에 ‘한국학으로서의 아시아연구, 아시아연구로서의 한국학’이라는 인식론적 틀 아래 지식 생산의 방향을 설정한 바 있다.

제5대 소장으로서 새로이 설정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초대 소장님이나 3,4대 소장님께서 지향하신 방향 자체가 아시아연구소의 설립 취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연구소가 설립될 때 많은 아시아 연구자들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왜 매번 우리는 서구에서 만들어진 지식을 수입만 하는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경제, 정치,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급속 성장을 한 나라인데, 크게는 ‘교육’이라는 영역에서 작게는 ‘아시아 연구’라는 영역에서도 이제는 지식 생산 및 수출이라는 성장을 이루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하면 지금까지 아시아연구소가 지향해온 지식 생산의 방향을 이어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저의 의무인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제가 강조하고 싶은 콘셉트가 있다면 바로 ‘Inbound’라는 개념을 얹고 싶습니다. Inbound 연구라는 것은 국내외 연구자들이 연구소 내에 머물면서 아시아연구소의 연구원과 서울대 구성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연구를 수행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지역의 연구를 하는 많은 아시아 연구자들, 연구 주제들이 아시아연구소로 모여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아시아연구소가 그 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아시아연구소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열린 아시아연구소, 아시아 연구의 세계적 허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열린 아시아 연구’를 강조하고 싶은데요, 아시아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고 싶고 연구해보고 싶은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아시아 연구자들에게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말씀하신 세계적 허브 즉, 글로벌 허브로서의 아시아연구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아시아 전역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에 대한 당연한 수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글로벌 허브’를 지향하기 위한 액션플랜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아시아연구소가 연구기관으로서 우수한 연구자들을 배출해 낼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재정적 기반을 갖추게 되고, 그다음으로 그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수한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 ‘글로벌 허브’로 진출하는 데 있어서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연구소가 우수한 연구 결과들을 배출하고 이 결과들이 축적되어 아시아 연구라는 영역에서 ‘아시아지역정보센터’로서 자리매김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전략적으로는 2015년 한국사회과학자료원(KOSSDA)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로 이관하면서 데이터센터를 구축함과 동시에 정보의 축적과 확산의 지점에서 전략적 우위를 선점했다고 조심스레 자부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연구소가 연구기관으로서 질적 변환에 대한 대내외적인 기대에 부응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으로 히든카드로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글쎄요,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관장으로서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있습니다. 기존에 많은 연구기관들을 거쳐 가신 원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아직 경험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래도 패기를 가지고 ‘소통’을 잘하는 소장이 되고 싶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을 지배하는 권력구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피라미드를 수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열린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연구의 세계적 허브를 지향하고자 한다는 박수진 신임소장.  취임 5일째를 맞이하며 보여주었던 그 패기로 아시아 연구자라면 누구든지 모여들게 하는 인바운드의 저력을 기대해 본다.

글 | 김예인(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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