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문화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인문-사회학 연구에서 ‘관광’은 중점적으로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연구소와 홋카이도대학 관광학고등연구소는 실생활에서는 이미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학문의 영역에서는 아직 생소한 ‘관광’을 주제로 한 교류를 향후 몇 년 동안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27일에 개최한 공동 심포지엄 ‘Traveling Asia and Geographical Imaginaries’는 그 계획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강명구 교수(아시아연구소장, 언론정보학과)
강명구 교수(아시아연구소장, 언론정보학과)

공동 심포지엄 첫 번째 세션은 두 연구소의 교수·연구진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먼저 발표에 나선 강명구 아시아연구소장과 남은영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요우커들의 지리적 상상과 여행 체험: 그들은 한국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공동 발표를 진행하였다.

발표자들은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 개개인의 한국 여행 동기와 한국에서의 경험에 집중하여 ‘단일 집단으로서의 중국인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중국인들로 보는 데 주력하였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을 하나로 대상화하여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국인을 낮추어 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오카모토 료스케 교수(Okamoto Ryosuke, 홋카이도대학)
오카모토 료스케 교수(Okamoto Ryosuke, 홋카이도대학)

이어서 오카모토 료스케 교수(Okamoto Ryosuke, 홋카이도대학)는 “가짜 역사(偽史)와 전기(伝奇)의 성지 관광: 아오모리현 그리스도 무덤의 사례”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성지 관광지인 아오모리현의 그리스도 무덤을 통해 가짜가 있는 이곳의 ‘진정성’에 대해 발표하였다.

그는 이곳을 찾는 ‘손님’도, 이 마을의 ‘호스트’도 그리스도 무덤이 가짜임을 알지만 50년 넘게 관광지의 역할을 해내는 것은 바로 ‘진정성’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중에서도 그는 특히 호스트의 ‘감정적인’ 진정성에 주목하였다.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로 위기에 처했을 이 작은 마을은 그리스도 무덤과 그리스도 축제가 마을을 존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내용은 가짜일지언정 마을 사람들에게 이 무덤과 축제는 전통의 일부가 되었고, 진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는 객관적으로 보면 가짜인 이것을 감정적으로는 진짜로 여기는 호스트의 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저우 쳰 교수(Zhou Qian, 홋카이도대학)
저우 쳰 교수(Zhou Qian, 홋카이도대학)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저우 쳰 교수(Zhou Qian, 홋카이도대학)는 “현대 중국의 중산층 관광객의 소비 성향”에 대해 발표하였다. 중국 중산층의 미디어 이미지에 대해 연구해 온 그녀는 중산층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중국 중산층의 ‘관광, 여행’을 살펴보는 것이 중국 중산층 연구에서 의미 있음을 발표 첫머리에서 밝혔다.

그녀는 중국 중산층 관광 소비의 특징과 태도, 소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 동기 등에 대하여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행의 내용과 질을 모두 추구하고, 개인에게 특화된 여행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점 등 여타의 사회 계층과는 다른 여행 소비 형태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세션 발표 후에는 최경은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윤오순 박사(Social Enterprise Activation Center)가 토론을 이어갔다. 두 토론자는 모두 저우 쳰 교수에게middle class와 non-middle class를 어떻게 구분해서 조사하였는지(최경은 연구원), 유럽에서 정의하는 중산층의 정의와 아시아에서 정의하는 중산층이 다른데, 본인의 발표에서 중산층을 어떻게 정의하였는지(윤오순 박사) 등 본 발표에서 중산층의 정의를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였는지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저우 쳰 교수는 “중국에서 통용되는 중산층의 정의를 따르려고 했으며, 중국적인 문맥에서 중산층은 ‘일반’이 아닌 ‘중간 이상’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아시아연구소와 홋카이도대학 관광학고등연구소 소속 연구진들뿐만 아니라 릿쿄대학(立教大学)의 황성빈 교수, 카디르 하스 대학(Kadir Has University)의 Hasan Efe Sevin 교수가 두 번째 세션의 발표자로 참여하여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황성빈 교수(릿쿄대학)
황성빈 교수(릿쿄대학)

먼저, 황성빈 교수는 “일본의 중국인 관광객: 동상이몽? 그 시선과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을 살펴보고, 이를 두고 다양한 입장성이 어떤 지형을 이루는지에 대해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입장성(Positionality)’에 주목, ‘다테마에(建全, 사회적 여론의 공간)’와 ‘혼네(本音, 심정적 여론의 공간)’를 세로축으로, ‘리버럴’과 ‘보수’를 가로축으로 놓고 일본 주요 언론 지형을 소개하고, 다테마에 영역의 『아사히신문』과 혼네 영역의 『산케이신문』 속의 ‘중국인 관광객’이 어떻게 조망되고 있는지를 소개하였다.

혼네 영역인 『산케이신문』이 중국 관광객을 다룬 기사나 칼럼에서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기조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다테마에 영역의 『아사히신문』에서도 다테마에적 시각과 혼네의 시각이 혼재해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발표자는 “중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다른 나라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과는 다른 경향이 있으며, 이 시선 자체가 ‘타자화의 시작’이며, 혼네의 담론 영역이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Hasan Efe Sevin 교수(Kadir Has University)
Hasan Efe Sevin 교수(Kadir Has University)

Hasan Efe Sevin 교수는 나라의 “Place Branding”, 지역 브랜딩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같은 아시아에도 다른 나라들이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듯, 터키 또한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진정으로 그 나라의 브랜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터키는 아시아로서의 지역 연결성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지만, 터키 안에 작고 사소한 것들은 터키가 가진 아시아로서의 소속감을 나타내는 반면 유럽과의 지역적 관계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터키가 더욱 신비로운(Mystic) 인식을 만든다고 밝혔다.

Hasan Efe Sevin 교수는 ‘어떻게 사람들이 지역을 인식하느냐’와 ‘어떻게 지역이 브랜딩 되는지’에는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Brand of Place’는 Primary Communication, Secondary Communication, Tertiary Image로 나뉘며, Primary Communication은 Brand Identity로써 지역의 인프라와 정책 같은 주요 요소들을, Secondary Communication은 관련 투어리즘 단체가 직접 하는 공식적인 홍보,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Tertiary Image는 그 외에 다른 홍보, 온라인,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들을 뜻한다고 설명하였다.

일본, 한국, 태국의 비교 연구를 발표하며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어떻게 세 국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아시아의 신비로운(Mystic) Place Branding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한국, 중국, 일본, 터키의 네 나라 학자들은 ‘관광’이라는 테마로 많은 내용을 공유하였다. 발표와 토론에 참가한 학자들이 ‘사회학’, ‘미디어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 ‘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만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양 연구소 간의 교류가 순탄하게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심포지엄은 성황리에 끝났다.

글 | 이지현, 변준경(4기 연구인턴) 사진 | 신승민(4기 연구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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