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자기소개를 하다보면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영화감상’이라고 답하곤 하는데 나도 영화보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평소에 영화를 볼 때 할리우드 영화나 한국영화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영화를 보려고 신경쓰는 편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도네시아 영화는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마침 이번 주에 인도네시아 위크를 맞이하여 ‘인도네시아 영화산업과 문학’이라는 세미나가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IMG_4275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세션에는 CJ E&M의 문성주 부장님께서 발제를 맡아주셨는데, CJ E&M가 인도네시아 지역에 진출하기 전에 충분히 리서치를 하고 조만간 사업을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발표를 해서인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전반에 대해서 생동감과 현장감이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인구수가 많은 나라이니만큼 중산층의 수가 1억 3천만명 이상이 된다는 점에서 장차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은 어느 정도 예상가능했던 내용이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젊은 인구는 트위터의 유저 가운데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SNS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라서 SNS를 통한 바이럴 홍보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이번 발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의 CGV나 롯데시네마 혹은 메가박스처럼 거대한 복합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인기가 있어서 Cinema 21과 Blitzmegaplex가 거의 영화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Cinema 21은 영화관 스크린의 80%를 차지하면서 거의 영화산업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Cinemaxx가 영화시장에 진출을 하면서 조금씩 양분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기업이 진출을 해서 잘될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부동산 산업과 연계해서 입점을 잘한다면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는 말씀을 하셨다. 인도네시아도 자국 영화산업의 보호를 위해 투자제한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라서 영화제작과 배급 및 상영은 100% 로컬자본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어려운 점이지만, 규제는 정권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라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영화관객들이 다른 나라들처럼 액션이나 로맨스 장르를 선호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인도네시아 영화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나와 영화관을 찾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 관객층을 겨냥한 아이들의 성장드라마나 유명한 인물의 전기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 크게 인기가 있다는 점이다. 어느 영화가 크게 성공한 후에는 그 영화의 인기를 좇아서 만든 유사소재나 주제의 영화들이 계속해서 출시되었기 때문에 영화관객들은 이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 새로운 소재와 장르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대의 이슬람 국가답게 영화에서도 이슬람 색채와 문화가 쉽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로맨스나 성장스토리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교에서의 가치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에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문학에 대해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이연 교수님께서 발제를 맡아주셨다. 인도네시아 문학 역시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Ayat Ayat Cinda』라는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크게 성공한 뒤에 영화화되었는데 영화로도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로맨틱 소설의 형태를 띄면서 핵심메세지인 이슬람의 이데올로기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와 영화는 좋은 통로이자 수단이기에 이를 인도네시아의 문화관계자들은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의 인도네시아 문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작가들이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문단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유 우따미(Ayu Utami)는 금기시되어 있던 성에 대해서 파격적일만큼 솔직한 묘사를 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작가는 책 『SAMAN』을 통해 가부장적인 사회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여성작가가 성에 대해 주체적이다 못해 도발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반응과 마찬가지로 문단의 평은 극과 극을 이룬다. 전통가치관과 도덕관을 위협하는 소설이라는 입장과 다른 어느나라 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문장력이 대단하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IMG_4257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 쯤 전에 인터넷언어를 통한 청춘소설이 크게 유행했듯이, 인도네시아에서도 글의 흐름이 복잡하지 않고 단어나 표현의 사용이 쉬운 편인 청춘소설이 유행이라고 한다. 출판업계는 젊은 층의 독서문화가 활기를 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인도네시아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도시젊은이의 삶에만 치중했다는 의미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 중 『5cm』라는 작품은 2007년 첫 출판 이후 37쇄나 출판하였고 아직까지도 베스트셀러로 출간 중이며 소설의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영화로도 크게 성공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출판사에서 작품을 만들고 독자에게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공급자 위주의 출판산업이 최근에는 독자가 어떤 작품을 선호하면 이를 출판사에서 적극적으로 반영시키는 수요자 위주의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출판산업의 변화되는 트렌드가 인도네시아의 출판산업도 잘 반영하고 있다.

요즘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가수 ‘이루’와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이 인기라고 한다. 한류를 타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와 감성에 친근해지고 있는 동안에 우리도 인도네시아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면 한국과 인도네시아 국민들간의 정서적인 거리는 점차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도네시아의 영화와 문학작품이 한국 사회에 소개된 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늘 세미나를 통해 적어도 그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인도네시아의 영화와 문학에 대한 하나의 창이 열린 것 같다. 이 창을 통해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인도네시아의 영화와 문학에의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

글| 안혜린 (연구인턴 2기)

2 Comments
Leave a reply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