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인도네시아 문화주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1월 28일에는 이기중 교수와 함께하는 발리 민족지 영화감상이 있었다. 강의를 맡은 이기중 교수는 종교학으로 석사학위, 영화와 영상인류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카메라로 본 결혼’(Wedding Through Camera Eyes)으로 미국 영상인류학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번에 소개된 영상은 영상인류학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티모시 애시(Timothy Asch)의 <발리의 강신의례(1979)>와 <저로가 저로를 말하다: “발리의 강신의례” 보기(1981)>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영상은 발리의 영매인 저로의 신들림 과정과 그를 매개로 조상신이나 죽은 혼령을 의뢰인들이 달래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두 번째 영상은 저로가 자신을 찍은 영상인 <발리의 강신의례>를 보며 인류학자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류학자는 저로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저로는 이에 대한 답변과 더불어 신들림 상태의 느낌과 강신의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전통적인 인류학에서는 민족지영상을 문화적 내용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기중 교수는 영화적 기법 측면에서 두 영상을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발리의 강신의례>는 내레이션이 있는 다큐멘터리 양식이며, 발리 전체의 강신의례를 다루기보다는 하나의 의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나의 의례를 통해 영매, 제물, 신들림, 접신, 정화의식, 혼령과의 대화, 혼령을 달래기 위한 의례의 종류와 같은 발리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저로가 저로를 말하다>는 정보제공자의 피드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티모시 애시가 이전의 영화에서 영화에 찍힌 사람들의 피드백을 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자 개선책이기도 하다. 주로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촬영하는 민족지 영화의 특성상, 영상은 영화에 찍힌 사람들의 피드백을 얻어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이렇듯 민족지 영화는 기존의 문자로 된 민족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민족지 영화 전반과 티모시 애시의 민족지 영화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렌즈 속의 인류』[이기중 저, 눌민, 2014]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영화적 기법 위주의 분석에서 누락될 수 있는 문화적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이 있었다. 토론은 김용진 시카고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생이 맡았다. 발리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발리는 기본적으로 힌두 문화권이므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발리 종교문화의 전부가 아니고 일부임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발리 종교가 보다 교리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브라만이 종교 전문가 역할을 하며, 남성 중심적인 힌두교와 체험을 중시하고, 영매가 종교 전문가 역할을 하며, 여성 중심적인 토착 종교 두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공식 종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저로와 같은 영매가 채워주는 동학으로 발리 종교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번 특강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장르인 ‘민족지 영화’에 대한 이기중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고, 몇몇 청중들에게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발리문화를 전공하는 토론자로 인하여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존의 지식을 재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대중과 공유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주도경 (연구인턴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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